뭐든 뚜렷한 사람이 부럽다. 그게 자기만의 가치관이든, 신념이든, 인생에 대한 태도이든. 

나는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뚜렷한 주관이 없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기가 어렵다. 끈기가 너무 부족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느라 추진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옆에서 누가 첨언하면 그게 맞는 것도 같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저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도 같다. 무엇이든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 하고 그러면 어떤 삶의 모습이든 다 이해가 된다. 그러한 생각의 결론은, 나도 어떻게 살더라도 그냥 평범한 삶이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싶은 생각. 그래서인지 흘러가는 대로 산다.


20대라면, 청춘이라면 이래야 해! 라고들 많이 얘기하고, 내 부모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아직 스물셋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고학년인데 어서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냐, 왜 아직도 갈피를 못잡고 이것저것 건드리며 방황하고 있냐고 나무라신다. 그 말들에 갓 스무살이 되어서도, 아니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제일 늦은 것 같고 답답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면 각자에겐 다 다른 삶의 속도가 있고 그를 선택할 권리도 있는데 왜 내가 안달내 가며 스스로를 괴롭혀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생이 항상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며 뚜렷한 주관이 없는 나같은 경우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갓 20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내게 앞으로 몇십 년이 될지 모를 미래를 어서 결정하라고 재촉하는 것이 너무나 버겁다. 고민할 시간이라도 주어진 적이 있던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번 시험만 치고 나면 당분간 온전히 나에게만 몰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고, 겪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떤 형태의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얻고 싶다. 그냥 답답해서 써봤다.